[대야망 (大野望, 1987)] 아이돌 엔터테이너 전영록(3) .

연말이 되면 최신 개봉작보다 추억의 영화를 찾는 빈도가 늘어난다.예전처럼 지상파 TV에서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을 보거나, 비디오나 DVD로 소장해야 가능했던 추억의 편린을 맞추는 일도 VOD와 유튜브의 영향으로 소장보다는 검색과 스트리밍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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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 본 추억의 영화는 아이돌 엔터테이너 전영록의 1987년 주연작 [대야망]이다.

이후 8년 만에 다시 써 보는 전영록 주연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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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록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연기자로 성과를 드높인 70년대 후반 이후 1980년대는 참으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가수로서 더 높은 인기를 누리며 명실상부한 10대가수로서 가수왕까지 차지한 그의 전성기였다. 반면, 하이틴 스타로서의 캐릭터를 버리고 [돌아이] 시리즈로 대표되는 액션영화에서 성룡과 이소룡을 연상케하는 액션연기를 선보인 것도 이 시기였다. 바로 그 시기의 마지막이랄 수 있는 1987년 선보인 영화가 [대야망]이었다. ​이 작품은 당시 보기 드물게 홍콩을 배경으로 하는 액션물이라는 큰 스케일을 선보였지만, 지금 다시 보니 실상 한국과 홍콩을 오가는 촬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시작되면 드넓은 하늘을 비행하는 세 대의 행글라이더가 보인다. 너무나도 낯익은 진유영과 두 남녀 배우. 친밀한 사이로 보이는 세 사람의 대화 속에서 한 남자가 서울로 출장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장면이 전환되고 올 블랙으로 맞춤한 민우(전영록)이 홍콩의 공항에서 공중전화를 거는 모습이 비쳐진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여성은 아무 말도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전영록은 묘령의 여성에게 가방을 날치기 당한 뒤, 의문의 사내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기까지 한다. 밑도 끝도 없어 보이지만 또 이것이 익숙하고도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공식이다.​민우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홍콩으로 온 목적이었던 친구 호진의 사무실에 당도하지만 그곳에서 싸늘히 식어버린 친구의 시체를 발견하고 의문의 남성에게 협박전화를 받은 뒤 경시청에 신고를 한다. 기가 막히게도 신고를 하자마자 나타나는 2인조 형사. 하지만 그 어디에도 시체의 흔적은 없고, 민우는 신분을 밝힐 여권을 도난당한 상태이기에 정신병자로 몰리며 호텔 객실에 연금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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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팬이라면 여기까지 스토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삐걱대는 요소들은 무수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건 공항에서 날치기를 당한 뒤 폭행을 당할 때 중국어를 몰라 억울함을 하소연도 못하던 그가 호진의 사무실에 도착한 뒤부터는 의사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니 애초에 중국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시체를 발견한 후부터 시간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시청에 신고를 한다 해도 그렇게 빨리 나타나는 경찰이 있을까? 물론 그 정체가 경찰이 아니라는 게 뒤늦게 밝혀지기는 하지만…​호텔에 연금 당했던 그에게 걸려온 또 한 통의 전화. 그 정체는 다시 묘령의 여인이다(다른 여성이긴 하지만). 그녀의 전화를 받고 지시대로 호텔을 빠져나온 민우는 여인의 아파트로 향하고 목욕 가운만을 걸친 야릇한 여성을 목격한다. 그녀는 호진의 비서인 미스 호. 그녀의 말에 따르면 호진은 서울로 출국했고, 자신이 직접 배웅을 했다는 것. 호진이 죽었다는 걸 입증할 방도가 없는 민우의 처지는 점점 더 절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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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진 사장은 호진의 연인 향리에게 호진의 출장이 연장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 향리의 마음을 파고들고자 하지만 쉽사리 달성하지 못하는 목표. 그 와중에 또 다른 여인을 만나 위기를 모면한 민우가 형사를 사칭하던 2인조에게 쫓겨 달아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탈출 중에 향리의 자동차에 몸을 실어 위기를 모면하면서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플롯의 치밀함이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 사건의 단서를 추적해가는 방식 자체가 우연성으로 이어지고 홍콩 코믹액션 트렌드에 기댄 흔적이 곳곳에 비친다. 호진의 연인 ‘향리’와 우연히 동승하게 되는 추격신이나 이들이 함께 호진의 죽음을 파헤치게 되는 과정 역시 억지스럽긴 매한가지다. 게다가 자신의 가방을 날치기했던 여성과 형, 동생 하는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나 묘령의 여인들에게 도움을 받고 죽음을 목격하는 신이 반복되는 것도 지극히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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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건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전영록 특유의 연기. 돌아이를 위시한 액션물에서 펼쳐지는 그의 연기는 섬세하지도 메소드스럽지도 않지만 성룡을 연상케하는 어벙함과 풋풋함이 있다(물론 그는 이소룡을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래서 오토바이와 자동차 간의 체이싱 장면이나 여타 스턴트 연기를 보면서도 조악스럽다느니 어색하다느니 하는 불평보다는

하는 추억을 곱씹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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